이 블로그는 회생을 준비 중이신 분들 또는 회생 중이신 분들에게 저의 경험을 공유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함이며, 또 서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작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이 슬픔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회생.. 회생이라..
대출도 생소했던 나에게 회생이란 단어는 더 생소하게 다가왔다. 파산은 많이 보고 들어 봤지만 회생이라니...
웹 검색을 해보니 감당 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는 개인에게 3년 또는 5년 간 최소 생활비 외 나머지 금액을 상환하게 하여 최종적으로는 이자 혹은 이자 + 원금 일부만 상환하면 채무를 다 상환한 것으로 인정받게 하는 법적 보호 장치라고 했다. 다만, 3년 혹은 5년 간 신용 카드 소지 불가(기 소지 신용 카드 해지), 개인 명의 재산 추가 불가(자동차, 집) 등등 단점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단점들 때문에 회생을 진행하기 싫었다. 신용카드로 얻는 혜택들이 아까웠고, 또 나는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자동차, 집 등을 구매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 했기 때문이다.
내 상황을 모르는 분들은 회생 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지 웬 불만이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첫 블로그에도 언급했지만 이때까지도 나는 이 채무가 내 채무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조만간 그가 내 채무를 갚아 내 신용이 금방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허망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단점이 더 크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싹 덮는 가장 큰 장점이 있었다.
바로! 회생 인가 결정 후에는 더이상 독촉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어찌 됐건 이 채무는 내 이름으로 대출한 채무이기 때문에 상환 기일이 며칠만 지나도 문자, 전화가 내게로 왔다. 내 빚이 아닌 빚 때문에 독촉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독촉 전화받아 보신 분들은 아실 거다. 이게 얼마나 사람 피 말리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주로 낮 업무 시간에 전화가 왔다. 번호만 봐도 감이 오기 때문에 바로 차단 하지만 다시 걸려온다 또 다시 차단. 이게 반복되면 독촉 문자가 온다. '금일 내로 당월 채무 상환하지 않으시면 회사와 집으로 내일 찾아갑니다.' 이런 식의 문자가 온다. 이 문자가 오면 안 받을 수가 없다. 이런 문자를 받고도 계속 차단하여 결국 집까지 찾아왔다는 얘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회사로 찾아오면 그 날로 회사 생활이 끝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 채권자들이 찾아왔다 가도 그 전과 같이 업무는 할 수 있고 월급은 받겠지만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도박을 해서 빚진 것은 아니지만 도박만큼 수치스러운 과정을 거쳐 빚쟁이가 되었으니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또 집으로 찾아 온다면... 집으로 찾아온다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없는 살림에 나름 애지중지 키운 아들놈이 멍청하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부모님이 아시게 할 순 없었다. 그것만큼 불효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결국 몇 일 고민 끝에 회생을 하기로 그와 협의했다. 다만, 이번만큼은 더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미리 못을 박았다. 회생 결정되면 지금처럼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꼬박꼬박 잘 갚으라고... 여기서 다시 한번 나의 무지함에 속이 답답하다...
이때라도 각서라든지 차용증이라던지 무언가 증명 될 만한 서류를 공증받아 보관해야 했다. 하지만 솔직히 귀찮은 마음에 구두로 확인만 받았다. 다시 생각해도 답답했던 나에게 정말 화가 난다.
처음에는 회생 절차를 진행할 때 들어가는 돈도 없다며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무료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물론 내 연차를 써가면서... 하지만 상담을 받을수록 회사 생활을 하는 내가 혼자서 처리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 전문 기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을 받는 것으로 협의했다. 물론 개인 회생을 회사 생활 또는 자영업을 하시면서도 진행하신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내 시간을 써가면서 또 스트레스받으면서 진행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에게 비용 지불할 것을 통보하고 법무법인에서 진행하게 됐다.
여기까지가 내가 개인 회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누구에게는 그저 바보 등신 같은 한 청년의 이야기일 수 있으나 나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은 조금이나마 동감하며 이 슬픔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세상에는 나보다 더 힘들게. 나보다 더 억울하게. 나보다 더 큰 금액의 채무를 갖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분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였겠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전달할 메세지는 우리 모두 포기는 하지 말자는 것이다!
(다음 블로그들에서는 대환대출 이야기, 법무법인 이야기 등등을 풀어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