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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 회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 1

by No포기 2020.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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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는 회생을 준비 중이신 분들 또는 회생 중이신 분들에게 저의 경험을 공유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기 위함이며, 또 서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작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빚 때문에 빛이 보이지 않는 우리 빚쟁이들... 

어디서 부터 글을 써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저 직접 겪었던, 겪고 있는 참담한 일을 기억의 흐름에 맡겨 써보고자 한다.

나는 2020.03.11 일 자로 개인 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다. 인가 결정을 받는 순간 기쁘지도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았다.

회생 중이시거나 준비 중이신 분들은 안다. 인가 결정이라 함은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인가 결정까지의 절차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되는 중간 피니쉬 라인이고, 또 무엇보다 더 이상 독촉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어 그동안 한에 서린 감정을 풀어내는 기쁘고도 후련한 순간이다.

하지만 내가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그 이유는 앞으로 풀어갈 이야기에 써보고자 한다.

 

2016년 초 같은 직장에 다니는 친한 형(xx라고 하고 싶지만 '그'라고 지칭 하겠습니다.)이 투잡(개인 사업)을 이유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내게는 그가 원하는 돈이 수중에 없었고, 그는 다시 연대 보증 대출을 권했다.

지금도 많이 어리숙하고 미숙하지만 당시에 나는 너무 어렸고 그를 믿었기 때문에 그 흔한 차용증도 받지 않고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

 

처음에는 그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을 때 내 신용으로 보증만 서는 연대 보증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그가 이미 개인 사업을 위해 대출한 금액이 컸기 때문에 그의 이름으로는 더 이상 대출이 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금 내게 내 신용으로 내 이름으로 대출을 해줄 것을 권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때 나는 뿌리쳐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원래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바보 같은 성격인지라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웬만한 부탁은 다 들어주던 습관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내 이름으로 3건의 대출(약 3천만 원)을 받아 그에게 전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에게 현금으로 전달하지 않고 계좌이체를 했기에 이체 이력이 남아 회생 절차 진행 시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대출을 받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출 진행하는 절차 조차 나에겐 많은 스트레스였다.

재직증명서, 건강보험 납부확인서, 원천징수 그 외 발행해야 할 서류도 많았고, 내 일도 아닌데 내 연차를 써가며 이 은행 저 은행 찾아다니며 대출 문의하는 것이 너무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그놈에 습관 때문에 짜증 한 번 안 내고 그가 원하는 금액에 맞춰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받은 그 달부터 그는 꼬박꼬박 내게 원금+이자를 잘 송금해주었고, 곧바로 내 신용으로 대출한 돈을 가지고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다 그해 하반기에 생각보다 사업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며 다시 한번 신용 대출을 해줄 것을 권했다. 이때라도 No를 외쳤어야 했으나 몇 달간 성실히 돈을 송금 한 모습에 추호의 의심이나 고민 없이 또 대출을 받아

2천5백만 원을 송금해주었다.

(사실 제일 문제는 나였는지 모른다. 아니 내가 제일 문제다.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 몇 년이 지나도 매일같이 반복하는 괴로운 자책이다...)

 

그렇게 총 대출 금액은 5천5백만 원을 육박했고, 당연히 매월 갚아나가야 하는 채무도 늘어났다.

다행히도 그의 사업도 안정권에 들어 2년 정도는 별 탈 없이 채무를 잘 갚았다. 그러다 18년도에 더 낮은 이자율의 대출로 대환 대출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대환대출 수수료 및 기타 생활 자금 이유로 약 천만 원 플러스해서 대출을 받았다.

(대환대출에 대해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그 이야기는 추후 블로깅 할 예정이다.)

 

65,000,000원...

사회 초년생을 갓 벗어난 청년에게는 엄청난 액수일 수밖에 없지만 사실 그때의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왜? 당연히 이 빚은 내 빚이 아닌 그의 빚이라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반증으로 채무는 다 그가 갚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내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중간중간 어서 채무를 다 상환해달라고 요청은 했었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이 나에게 전송 온 채무 문자를 그에게 전달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그에게 카톡이 왔다.

이번 달만 먼저 내주면 고맙겠다고 다음 달에 꼭 준다고...

그동안 잘 갚아와 신뢰가 쌓이기도 했고 독촉 전화가 오는 게 싫어 내 돈으로 먼저 갚았다.

그는 약속대로 다음 달에 약속한 돈을 송금해주었다. 그러나 몇 달 안 가서 먼저 내달라는 부탁이 잦아졌다.

 

알고 보니 그는 나가야 될 돈은 많은데 사업이 잘 풀리지 않게 되자, 그의 신용으로도 대출이 가능한 3, 4 금융권(대부)에 대출을 받아 돌려 막기 식으로 나와 그의 채무를 감당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 눈 앞이 캄캄 해졌고 너무 답답했고 너무 짜증스러웠으며 그가 정말 원망스러웠다.

 

처음으로 그에게 욕을 하며

'나는 모르겠으니 내 채무는 먼저 갚아라. 내 신용으로 받은 대출인데 나는 돈 구경 한 번 못했고 그렇다고 당신한테

커미션 식으로 이자를 따로 받기로 했던 것도 아니지 않냐 엄밀히 말해 남인 나에게 피해 주지 말고 내 채무는 당장

갚아라 나에게 그랬듯 당신 부모 신용으로 대출받아 내 채무 먼저 갚아라' 등등 그동안 쌓여 왔던 말들을 내뱉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미안하다 사정이 안된다 정말 미안하다' 뿐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나를 뒤덮고 있는데 그가 방법은 회생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회생 진행을 부탁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가 개인 회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2]에 블로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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